2026년 12월의 트렌드 미리보기 - DO✍🏻

요즘 뜨는 콘텐츠, 알고 보니 이런 공통점이? 🤔
만약 여러분이 다시 태어난다면 어떨 것 같나요? 나라, 시대, 환경, 가족 구성원까지 모두 다른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경험해보는 거예요. 최근 이러한 상상을 게임으로 구현한 ‘80억분의 1’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무작위로 주어진 환경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는 시뮬레이션 게임인데요.
흥미로운 점은 최근 이처럼 삶과 일상 속 이야기를 소재로 한 콘텐츠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에’라는 상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크리에이터 ‘픽세’부터 귀여운 캐릭터들의 일상을 그려내는 애니메이션 ‘치이카와’까지. 콘텐츠의 형식은 다르지만, 사람들이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에는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각종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 우리가 ‘삶’에 관한 이야기에 멈춰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80억분의 1: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또 다른 인생

| “지금 이 순간에도 1초에 네 명꼴로 아기가 태어납니다. 그중 한 명이 되어 단 한 번뿐인 삶을 끝까지 살아봅니다. 어디서, 누구의 아이로 태어날지는 고를 수 없습니다.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
'80억분의 1'은 한 개발자가 AI를 활용해 제작한 인생 시뮬레이션 사이트입니다. 지난 10월 5일 공개된 이후 스레드, X,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며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용자는 게임 시작 전에 ‘지난 세상’, ‘지금 세상’, ‘다가올 세상’, ‘아무 세상이나’ 중 하나를 골라 출생 시기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후 ‘태어나기’를 누르면 국적부터 성별, 가정환경, 이름까지 무작위로 설정되죠.



삶이 시작되면 이용자는 다양한 선택지를 통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두 살 때는 ‘아이들 틈으로 뛰어든다’, ‘우는 아이에게 다가간다’, ‘넘어져도 일어나 다시 걷는다’ 등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 아이의 기질을 결정할 수 있죠. 이후에도 학교에 진학할 건지, 어디에 취업할 건지, 결혼을 할지 등 끝없이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또한 건강, 행복, 지식, 관계의 가치와 함께 순자산이 표시되는데요. 선택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 아플 때 병원비를 지원해주면 자산은 줄어들지만 관계의 가치가 올라가죠. 이용자가 인생에서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따라 선택도, 삶의 결과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80억분의 1의 또 다른 특징은 UN·WHO·세계은행 등 국제기구가 제공하는 172개국의 실제 통계를 바탕으로 게임이 진행된다는 점인데요. 출생아 수, 기대수명, 1인당 GDP, 대학 취학률 등 삶을 이루는 다양한 지표가 반영됩니다.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의 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태어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신생아 질환으로 세상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WHO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약 1,450만 명의 아기가 백신을 한 번도 맞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게임 속 비극적인 상황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거예요.
제작자는 인터뷰에서 “통계는 숫자로 보면 멀게 느껴지지만, 한 사람으로 태어나 한 해씩 살아가다 보면 ‘아동 사망률 3%’가 내가 키우는 아이의 이야기가 된다”고 말했는데요. 이용자가 삶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직접 살아보게 하고 싶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어요.


이러한 의도는 실제 이용자들에게도 전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의 삶이 얼마나 감사한 건지 깨닫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많은 생각이 든다”, “내용이 너무 디테일해서 진짜 한 인생을 살다 온 것처럼 여운이 남는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죠.
결국 80억분의 1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재미있는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이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타인의 인생을 살아보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픽세 '만약 ~ 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상상

80억분의 1이 다양한 삶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면, 독특한 상상에 스토리텔링을 더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콘텐츠도 있습니다. 바로 크리에이터 ‘픽세’의 ‘만약 ~ 한다면’ 콘텐츠인데요.
픽세는 스스로를 MBTI ‘슈퍼 N’이라고 소개하며 다양한 상상 속 이야기를 영상으로 제작하는 크리에이터입니다. 계정을 개설한 지 약 3주 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워 5만 명을 넘어서며 주목받고 있어요.



‘만약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만약 사람의 기억이 밤하늘의 별이 된다면’ 등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상상부터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상상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요. 주제 자체만으로도 흥미롭지만, 사람들이 '만약에' 콘텐츠에 빠져드는 이유는 바로 ‘인간적이고 뭉클한 스토리텔링’입니다.



만약 인생에 ‘되돌리기 버튼’이 딱 세 번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느 날 모든 사람의 손목에 딱 10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세 개의 버튼이 생기는 거예요. 영상에서는 이 버튼을 사용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한 아이는 먹다가 떨어뜨린 아이스크림을 위해 버튼 세 개를 모두 쓰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입시 실기장에서 실수를 하고도 버튼을 누르지 않았죠. 버튼을 아끼다가 노인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한 할머니는 손녀가 불러주는 생일 축하 노래를 한 번 더 듣고 싶어 마지막 버튼을 눌렀어요.



그렇다면 먼저 안는 쪽이 상대방의 감정을 가져가게 된다면 어떨까요? 해당 영상에서는 딸과 엄마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엄마는 딸을 먼저 안으며 첫 출근을 앞두고 느끼는 떨림과 회사에서 혼이 난 날의 슬픔을 모두 가져갔어요. 설렘과 기쁨 같은 감정은 딸에게 남겨두면서요.

이처럼 '만약에' 콘텐츠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상상에서 출발하지만, 그 안의 이야기는 무엇보다도 공감이 되고 친근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과 경험을 그리며 따뜻함을 전하죠. 댓글에는 자신이 그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지 상상해보거나, 감동받은 마음을 표현하는 반응들이 이어졌어요.



최근에는 ‘픽세 스튜디오’를 개설해 팔로워들과 함께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용자는 스튜디오 사이트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데요. 해당 캐릭터들은 이용자의 이름과 함께 다음 콘텐츠에 카메오로 출연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주제를 제안하고 투표할 수도 있죠. 단순히 보는 콘텐츠를 넘어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제안하며 만들어가는 콘텐츠가 된 것입니다.
치이카와: 2030이 치이카와에 열광하는 이유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 속에서 오히려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콘텐츠도 있습니다. 바로 일본의 인기 캐릭터 애니메이션 '치이카와'인데요. 작고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작품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생각보다 현실적입니다.
'먼작귀(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들)'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치이카와는 일본 만화가 나가노가 만든 작품으로, 치이카와와 친구 하치와레, 우사기 등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지난 9월 개봉한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누적 관객 230만 명을 돌파했으며, CGV 기준 전체 관객 중 20대가 45%, 30대가 20%를 차지할 만큼 성인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어요.


그렇다면 2030세대는 왜 작고 귀여운 캐릭터들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걸까요? 그 이유는 치이카와의 독특한 세계관에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귀엽고 평화로운 세상 같지만, 캐릭터들이 살아가는 현실은 결코 만만하지 않거든요.
치이카와와 친구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풀을 뽑거나 위험한 괴물을 토벌하는 일을 하고, 더 나은 보수를 받기 위해 자격증 시험에도 도전합니다. 열심히 준비한 시험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위험에 처하기도 하죠.

이처럼 치이카와의 세계에는 노동과 경쟁, 실패와 불안이 존재합니다. 귀여운 모습과 달리 캐릭터들이 마주하는 상황은 취업과 생계, 미래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청년들의 현실과 닮아 있어요. 실제로 치이카와 팬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시험을 준비하는 캐릭터의 모습에서 자신의 일상을 떠올리고, 공감과 위로를 얻는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치이카와가 전하는 이야기는 마냥 어둡거나 우울하지만은 않아요. 힘든 일이 있어도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사소한 일에 기뻐하며 서로를 응원하는 순간들이 등장하기 때문이죠.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숨기지 않지만, 그럼에도 작은 행복을 찾아가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잔잔한 위로를 전합니다.
무엇보다 치이카와는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특별한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때로는 겁을 먹고, 노력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존재들의 이야기죠. 그래서 사람들은 치이카와의 모습에 자신의 현실을 겹쳐 보면서도, 그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장면에서 따뜻함을 느끼는 거예요.

결국 치이카와의 인기는 귀여운 캐릭터의 매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현실의 고민을 닮은 이야기를 통해 '나만 이렇게 힘든 것은 아니구나'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완벽하지 않아도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에서 위로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많은 어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죠.
AI 시대, 콘텐츠를 빛내는 '인간성'의 힘

앞서 살펴본 세 가지 콘텐츠는 형식도,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서로 달랐습니다. '80억분의 1'이 타인의 인생을 직접 살아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했다면, '픽세'는 상상 속 이야기를 통해 일상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떠올리게 했죠. '치이카와'는 우리의 삶과 닮은 캐릭터들의 이야기로 공감과 위로를 전했습니다.
이처럼 사랑받는 이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 삶과 맞닿은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은 같은데요. 특별하거나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겪을 법한 고민과 감정, 소소한 행복을 담아냈기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표현하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는 지금, 어쩌면 콘텐츠에 담긴 ‘인간성’이 더욱 중요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콘텐츠 업계에서도 AI 시대에 콘텐츠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간성을 강조하는 시각이 나오고 있는데요. 앞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은 더욱 발전하겠지만, 우리가 어떤 이야기에 웃고 울며 공감하는지는 여전히 사람의 마음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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