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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부터 『싯다르타』까지 서점을 장악한 고전! 우리는 왜 오래된 이야기를 펼칠까?

2026. 8. 31.

2026년 10월의 트렌드 미리보기 - DO✍🏻

오디세이 오디세이아 싯다르타 세네카 고전 고전 책 베스트셀러
출처: pinterest (@studioacelsb) / 을유문화사 / 민음사 / 논픽션

다시 주목받는 고전, '고전 붐'이 왔다!

최근 서점가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등 고전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수십 년, 길게는 수천 년 전에 탄생한 작품들이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를 단순히 ‘고전이 유행한다’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책은 영화 한 편을 계기로, 또 어떤 책은 SNS와 유튜브를 매개로 다시 발견되고 있죠. 고전의 내용은 그대로지만, 사람들이 고전을 발견하고 읽게 되는 방식은 한층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오래된 이야기가 현대의 콘텐츠와 만나 다시 사랑받고 있는 지금, 고전은 어떻게 새로운 ‘붐’을 만들어내고 있을까요?


『오디세이아』: 영화로 만나는 고전

출처: (1) 영화 '오디세이' 공식 포스터 / (2) 현대지성

고전 가운데 현재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입니다. 영화 ‘오디세이’가 개봉 19일 만에 누적 관객 7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간 영향인데요. 특히 아이맥스 상영관은 새벽 시간대에도 전석이 매진되고, 용산 아이맥스를 뜻하는 ‘용아맥’ 열풍이 일어나는 등 높은 화제성을 보였습니다.

언뜻 보면 일반적인 흥행작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관객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에는 조금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관람 전후로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움직임이 이어진 것인데요.

출처: (1) youtube (@1percentBookClub) / (2) youtube (@bdns)

‘오디세이’는 10년간 이어진 트로이 전쟁 이후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방대한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유튜브에서도 영화의 시대적 배경과 인물 관계 등을 쉽게 설명해주는 콘텐츠가 많은 관심을 받았죠.

그렇다면 영화가 끝난 뒤 관객들의 시선은 어디로 향했을까요? 바로 원작 고전 『오디세이아』입니다. 영화 ‘오디세이’의 흥행과 함께 원작 역시 서점가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는데요. 8월 둘째 주 기준 『오디세이아』는 교보문고와 예스24 베스트셀러에서 각각 5위와 2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출처: 예스24

이번 『오디세이아』 열풍은 기존의 스크린셀러*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특정 원작 한 권의 판매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번역본은 물론,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세트 도서, 그리스·로마 신화 관련 도서까지 관심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예스24에 따르면 ‘일리아스&오디세이아’ 세트 도서의 판매량은 영화 개봉 전과 비교해 433.9% 증가했으며, 여러 판본의 『오디세이아』 역시 큰 폭의 판매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 스크린셀러: 영화·드라마·OTT 등 영상 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원작 도서가 다시 팔리거나 서점에서 주목받는 현상

출처: 교보문고

이에 교보문고는 ‘쉽게 읽는 오디세이’, ‘원전으로 읽는 오디세이’, ‘영화로 읽는 오디세이’, ‘오디세이 다음의 이야기’ 등 독자의 관심사에 따라 관련 도서를 찾아볼 수 있도록 별도의 가이드까지 마련했습니다. 영화 한 편을 계기로 원작을 찾는 데서 나아가, 오디세우스와 그리스 신화의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려는 독자들의 탐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싯다르타』: 삶의 답을 찾아 다시 읽히는 고전

출처: (1) 민음사 / (2) 열림원

『오디세이아』가 영화의 흥행을 계기로 새롭게 주목받았다면,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고전 중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다시 떠오른 작품도 있습니다. 바로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입니다.

예스24에 따르면 『싯다르타』는 2023년부터 2030 세대의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했는데요. 민음사 출간본의 2030 독자 판매량은 2023년 전년 대비 71.6% 증가한 데 이어 2024년에도 22.8% 상승했습니다. 2024년 기준 주요 출판사에서 출간된 『싯다르타』 구매자 가운데 2030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5.9%에 달했다고 해요.

출처: (1) instagram (@kmoulib) / (2) youtube (@minumsaTV)

젊은 세대 사이에서 『싯다르타』가 다시 주목받게 된 데에는 다양한 콘텐츠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BTS 뷔가 인상 깊게 읽은 책으로 『싯다르타』를 언급한 데 이어, 민음사의 유튜브 채널 ‘민음사TV’에서도 작품이 소개되면서 고전이 한층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죠.

출처: (1) instagram (@univ20) / (2) instagram (@binny._s)

여기에 최근 불교가 보다 친숙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분위기도 맞물렸습니다. 불교박람회와 템플스테이 등 기존의 엄숙한 종교 이미지에서 벗어난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면서 이른바 ‘힙불교’라는 흐름까지 나타난 것인데요.

출처: KBS 다큐 <요즘 MZ는 왜 불교에 열광할까?>

하지만 젊은 세대의 불교에 대한 관심을 단순히 ‘힙한 문화’에 대한 소비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불교의 메시지에서 위로와 마음의 안정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불교의 핵심 사상을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낸 『초역 부처의 말』은 2024년 5월 출간 이후 9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20위권에 올랐으며, 2030 세대 판매량도 같은 해 7월 전월 대비 20.9% 증가했습니다. 불교가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넘어 삶의 고민을 돌아보고 마음을 돌보는 하나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출처: (1) instagram (@booktive__) / (2) instagram (@wedaon_)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불교와 동양 사상을 바탕으로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싯다르타』 역시 새롭게 읽히고 있습니다. 작품 속 주인공은 출가와 수행을 거쳐 다시 속세로 돌아오는 등 다양한 삶의 과정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깨달음과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데요.

SNS에서는 ‘인생 어느 때든 읽어보면 좋을 메시지가 담긴 책’, ‘방황하고 있거나 진짜 나를 찾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등 작품을 자신의 삶과 연결해 받아들이는 독자들의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물 간 대화를 통해 용기를 얻었다는 후기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어요.

출처: 교보문고 문장수집

『싯다르타』의 인기는 일시적인 역주행에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5월에는 부처님오신날 연휴와 맞물려 불교 관련 도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종합 베스트셀러 5위까지 상승했고, 6월에는 국내 출간 이후 처음으로 교보문고 종합 1위에 올랐습니다. 이후에도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죠.

100년 전의 고전이 오늘날 젊은 독자들에게 다시 읽히는 이유는 작품이 던지는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불교에 대한 관심이 삶과 마음을 돌아보는 사상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싯다르타』 역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새롭게 발견되고 있어요.


『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 현대적으로 다시 만나는 고전

출처: 논픽션

지난 7월 발간되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는 고전을 현대적인 콘텐츠로 재구성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책의 저자인 세네카는 약 2,000년 전 로마에서 활동한 철학자이자 정치가인데요.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 『행복한 삶에 대하여』 등 다양한 철학적 저작을 남겼습니다. 오늘날에도 꾸준히 읽히는 인물이지만, 오래된 철학서인 만큼 현대 독자가 원문을 직접 읽기에는 다소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죠.

출처: youtube (@hawaiidjt)

이처럼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고전을 대중에게 다시 소개한 것은 100만 유튜브 채널 ‘하와이 대저택’이었습니다. 세네카의 저작 5편 가운데 현대인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선별해 55편의 짧은 글로 편역했는데요. ‘세네카의 철학’이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라는 제목으로 독자들이 보다 쉽게 고전에 접근할 수 있도록 재구성했습니다.

『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는 바쁘게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시간은 부족한 현대인을 향해 삶과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삶은 짧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짧게 만드는 것’이라는 세네카의 사상을 바탕으로, 미래를 위해 오늘을 미루는 삶과 타인의 기준에 휘둘리는 삶을 돌아보게 하죠. 2,000년 전 철학자의 이야기를 오늘날 우리가 겪는 시간과 삶의 고민에 연결했다는 점도 독자들의 공감을 이끈 것으로 보여요.

출처: 하와이 대저택 유튜브 댓글

해당 책은 특히 4050 세대를 중심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하와이 대저택 유튜브에 공개된 관련 콘텐츠에도 책을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는 중장년층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관심은 실제 구매 데이터에서도 확인되었습니다. 구매자 가운데 50대가 39.6%, 40대가 37.4%로, 4050 세대가 전체의 77%를 차지했는데요. 유튜브를 통해 세네카의 철학을 접한 중장년층의 관심이 실제 도서 구매로도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죠.

출처: (1) youtube (@April_ten) / (2) youtube (@mingzzi119)

이처럼 유튜브는 고전을 새롭게 소개하는 하나의 통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책을 직접 추천하거나 작품의 핵심 내용을 쉽게 설명해주는 콘텐츠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평소라면 선뜻 책장을 펼치기 어려웠던 독자들도 익숙한 영상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먼저 접하면서 고전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출처: youtube (@NJT_BOOK) 카뮈 [이방인] 완전판

고전을 보다 친숙하게 풀어내는 대표적인 채널로는 157만 구독자를 보유한 지식정보 채널 ‘너진똑’이 있습니다. 문학과 철학, 종교 등 다양한 주제를 애니메이션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재구성해 어렵게 느껴지는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데요. 『데미안』, 『이방인』, 『파우스트』 등 다양한 고전 작품도 다뤘습니다.

출처: youtube (@NJT_BOOK) ❘ 데미안 완전판
출처: 너진똑 유튜브 댓글

특히 『데미안』 편에서는 주인공 싱클레어를 ‘신그래’라는 이름으로 바꿔 현대적인 이야기처럼 재치 있게 재해석하기도 했죠. 영상 댓글에는 원작을 읽으며 이해하기 어려웠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거나, 작품을 새로운 방식으로 접하면서 다시 읽는 재미를 느꼈다는 반응도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영상 콘텐츠는 고전을 단순히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고 전달하면서 독자들이 고전에 한층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고전, '지금의 이야기'가 되다

최근 고전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지만, 독자들이 고전을 찾게 된 계기와 접하는 경로는 저마다 다릅니다. 『오디세이아』처럼 영화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원작을 찾기도 하고, 『싯다르타』처럼 삶의 고민에 대한 조언과 위로를 얻기 위해 고전을 펼치기도 하죠. 익숙한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작품을 처음 접한 뒤 원작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래된 이야기가 지금 다시 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고전을 통해 삶의 방향을 찾고,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답을 얻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시대가 달라져도 유효한 이야기와 질문이 다시 ‘지금의 이야기’가 되어 우리 삶의 이정표가 되는 것이죠. 앞으로 또 어떤 고전이 독자들의 책장으로 돌아올지 지켜봐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