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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캘린더/라이프스타일 트렌드

'관악산 붐', '운명전쟁49' 흥행의 의미는? 무속, 콘텐츠가 되다

2026. 3. 31.

2026년 5월의 트렌드 미리보기 - 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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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vN

🍀⛰️ 갑자기 '럭키 스팟'이 된 관악산

"관악산에 가세요. 서울에서 정기가 가장 좋은 산이에요."

올해 초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역술가 박성준 씨의 한마디가 서울 남쪽에 위치한 산 하나를 뒤흔들었어요. 그는 프로그램에서 "관악산 연주대에서 같은 소원을 세 번 빌면 들어준다고 할 정도로 에너지가 좋은 곳"이라고 관악산을 소개했는데요. 그 이후 관악산은 MZ세대 사이에서 완전히 새로운 의미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취업운, 관운, 연애운 등 각자의 고민과 소원을 품고 관악산에 오르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된 것이죠.

출처: 인스타그램 '관악산' 검색 결과 캡처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관악산 등산 인증 글과 영상이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특히 관악산 연주대에서는 비석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렸다는 후기를 많이 찾아볼 수 있어요. 각종 후기에 따르면 '정상에서 사진 찍는 줄을 서는 데 한 시간 가량 기다렸다'는 얘기도 있고요.

'관악산' 키워드의 커뮤니티 언급량 변화 및 언급 채널 비중(데이터출처:썸트렌드)

실제로 썸트렌드를 통해 확인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1분기(2026년 1월 1일~3월 29일) '관악산'에 대한 커뮤니티 언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9% 증가한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등산은 이미 몇 년 전부터 Z세대의 새로운 취미로 떠오른 바 있었죠. 다만 이번 관악산의 인기는 기존의 등산 유행과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단순히 운동이나 인증을 위한 산행이 아니라, 특정 장소에 좋은 기운이 있다는 이야기를 계기로 그 기운을 직접 체감하고 싶어 찾아가는 모습인 게 흥미롭습니다.


🧭 '명당'도 이제 밈이 되는 시대

이런 흐름은 관악산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최근 SNS에서는 특정 장소를 두고 좋은 기운이 도는 곳, 일복이 들어오는 곳, 연애운이 따르는 곳처럼 소비하는 콘텐츠가 잇따르고 있어요.

출처: instagram, 스레드 게시글 캡처

최근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그랜드하얏트 서울 라운지를 두고 '커피 한 잔 마시면 일이 들어온다', '화(火)기운이 필요하면 가는 것을 추천한다'라고 말하는 릴스가 퍼지며 풍수지리나 오행에 관심을 갖는 젊은 층도 늘고 있습니다. 특정 공간의 '기운'과 '명당'을 탐방하는 것이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겁니다. 진지하게 풍수지리를 믿어서가 아니라,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체험'으로서 말입니다.


'운명전쟁49' 흥행의 의미는 

출처: 디즈니+

지난 2월, 디즈니+에서 공개한 '운명전쟁49'가 큰 화제를 모았죠. '49명의 운명술사가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자신의 운명을 시험한다'는 컨셉의 서바이벌 예능으로 주목을 받았는데요. 실제 흥행 성과로도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공개 후 12일 누적 기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 1위에 오르며 '무빙'이 세운 디즈니+ 한국 콘텐츠 최고 기록을 넘어섰고, 2026년 공개작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다 시청작으로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프로그램이 단지 인기를 끈 데에서 그치지 않았다는 건데요. 이 프로그램은 국내 최초의 무속 서바이벌을 내세우며 점술과 무속을 콘텐츠의 배경이 아닌, 경쟁의 핵심 장치로 전면에 배치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다소 조심스럽거나 주변부에 머물렀을 소재를 아예 메인 포맷으로 끌어올린 것이죠. 다소 파격적인 주제인만큼,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반응을 자극했고 실제 흥행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출처: 쇼박스, 넷플릭스
출처: SBS

이런 흐름은 '운명전쟁49'만의 사례로 보기만은 어려운데요. 최근 '파묘', '신들린 연애'부터, 전세계를 사로잡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까지, 무속이나 초자연적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가 내세운 콘텐츠가 잇따라 주목받고 있죠. 한때는 다소 금기시되거나 비주류로 여겨졌던 무속이 이제는 대중문화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분위기입니다. 무섭고 낯선 소재에서, 이제는 강한 몰입감과 도파민을 주는 흥미로운 서사 장치로 재해석되고 있는 것입니다. 


'무속 마케팅'까지 등장?

출처: 다이소몰, 29CM

최근에는 무속과 점술에 대한 관심이 콘텐츠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 소비와 마케팅 영역으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다이소는 지난 설을 맞아 공간에 좋은 기운을 더해주는 '풍수 인테리어 기획전'을 선보였는데요. 좋은 주둥이로 나쁜 기운은 막고, 넓은 몸통으로 재물을 모은다는 의미를 담은 호리병이나, 액운을 막고 재물을 모은다는 의미의 '사주 부적 종이 북마크'를 출시했죠. 다양한 디자인으로 출시되는 액막이(복을 기원하거나 악을 막기 위해 집 안에 매다는 명태) 오너먼트는 작년부터 꾸준히 유행이 되어 왔고요.

출처: 아멜리 페이스북, 바디프랜드 홈페이지

색조 화장품 브랜드 아멜리는 지난 2월, 생년월일을 바탕으로 부족한 오행에 맞는 색상을 추천하는 '운명 조색소'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바디프랜드는 바디프랜드 라운지에서 사주팔자리와 별자리를 접목한 체험형 이벤트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시도들은 무속을 가볍게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소비 코드로 바꾸고 있는데요. 부족한 오행에 맞는 색을 추천하고, 행운의 의미를 담은 소품을 고르고 체험하는 방식은 신앙적 접근이라기보다 재미와 개인화, 그리고 참여를 결합한 마케팅에 가깝습니다. 무속은 이제 콘텐츠의 흥행 소재를 넘어, 브랜드가 소비자와 소통하는 하나의 트렌드 언어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는 왜 지금 무속에 끌리는 걸까? 👥

왜 우리는 지금, 무속과 운명에 반응하는 걸까요? 이전부터 무속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역할로서 기능해 왔습니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확실한 답을 원하게 되죠. 사주나 타로를 심리적 안정을 주는 도구로 소비하며 그 안에서 작은 기대나 위안을 얻고자 하는 심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요.

여기서 더 나아가 요즘의 흐름은, 무속이 종교적·신앙적 의미라기보다는 가볍게 체험하고 SNS를 통해 공유하는 '체험형 문화'로 여겨진다는 것이 특징이에요. 특히 Z세대가 무속을 소비하는 방식이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민간신앙을 하나의 '참여형 콘텐츠'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관악산을 오르며 소원을 비는 것도, 타로 카드를 뽑아보는 것도, 그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이자 콘텐츠가 되는 거죠. 

출처:x(@heevtoday)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미 국내 점술 산업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1조 4천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고, 마켓데이터포캐스트에 따르면 글로벌 점성술·운세 시장 또한 2024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6~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해요. 민간신앙, 점술에 대한 관심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입니다. 최근에는 여기에 AI를 활용한 사주풀이처럼, 기술과 점술이 결합한 형태까지 등장하면서 시장은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어요.

무속신앙 트렌드는 단순히 '옛것'의 유행이라기보다, Z세대식 문법으로 변형된 또 다른 콘텐츠의 등장으로 보는 편이 정확해 보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찾는 것은 어쩌면 정답 그 자체보다, 불확실한 현실을 조금 더 재미있게 견디게 해주는 이야기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