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의 트렌드 미리보기 - DO✍🏻

“한잔할까🥂?”가 더 이상 가볍지 않은 이유
“오늘 저녁 뭐해? 한잔해야지.”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로, 이 말만큼 자연스럽게 오가는 제안이 또 있을까요? 회식, 동기 모임, 오랜만의 친구 약속까지, 많은 저녁 풍경에는 여전히 술자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 말이 예전처럼 가볍게 들리지 않는 사람이 증가했습니다. 숙취로 흐트러진 컨디션, 수면 리듬의 변화, 음주를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인데요.
이런 배경 속에서,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기존 음주 문화를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고 선택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입니다.
소버 큐리어스 : 금주가 아닌, 의식적인 웰니스 🌿
‘소버 큐리어스’는 '술 취하지 않은(Sober)'과 '궁금한(Curious)'을 합친 신조어로, 건강이나 맑은 정신을 위해 의식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거나 줄이는 라이프스타일을 뜻합니다. ‘완전한 금지’가 아니라, 음주를 둘러싼 선택을 더 의식적으로 해보자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출발점은 단순한 질문일 수 있습니다.
“나는 지금 정말 술을 마시고 싶은 걸까, 아니면 분위기 때문에 따라가는 걸까?”
이 개념을 소개한 작가 루비 워링턴은 소버 큐리어스를 “지배적인 음주 문화에 자동적으로 동조하기보다, 술을 마시라는 충동·초대·기대를 한 번 더 점검해 보는 태도”로 설명합니다. 즉, 술을 완전히 끊어야 한다는 압박이 아니라, 술이 자신의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펴보는 관점입니다.
이런 접근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선택에 따라붙던 부정적 이미지나 변명 필요성을 줄이는 데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음주를 거절하면 분위기를 깬다는 시선이 더 강했다면, 이제는 건강·컨디션·개인 선호를 이유로 소버(Sober)하게 시간을 보내겠다는 선택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 Z세대가 선택한 ‘맨정신’의 라이프스타일
소버 큐리어스 흐름은 세대별로도 온도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Z세대는 건강과 일상 관리에 대한 민감도가 높고, ‘취함’ 자체를 굳이 목표로 두지 않는 경향이 높은데요. Z세대가 소버 큐리어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건강과 생산성에 대한 관심입니다.
운동, 바디프로필, 음식 관리, 러닝 기록 공유 등 이른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는 이미 일상적인 콘텐츠가 되어 있습니다. 이들에게 숙취로 인해 다음 날 일정이나 운동 계획이 흔들리는 일은 단순한 컨디션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노력의 손실로 인식되곤 합니다.
둘째, 정신 건강에 대한 감수성입니다.
불안, 번아웃, 우울감 등 정신 건강 이슈에 대해 Z세대는 비교적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도움을 구하는 데도 적극적인 편입니다. 이 과정에서 “음주가 단기적으로 기분을 전환해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불안이나 수면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조사에서는 정신 건강 개선을 이유로 음주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가 관찰됩니다.
셋째, 온라인 평판과 퍼스널 브랜딩입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개인의 모습이 사진·영상으로 기록되고 공유될 가능성을 크게 고려합니다. 술자리에서의 행동이나 이미지가 온라인에 남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취한 장면이 기록되는 것 자체를 리스크로 느끼게 됩니다.
이런 요인들이 겹치면서, Z세대에게는 ‘굳이 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선택지가 점점 더 자연스러운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 한국의 음주 문화 변화와 주류 시장의 대응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소주와 맥주 중심의 회식 문화가 사회 생활의 일부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회식 빈도와 강도가 약해졌고, 그 이후로도 퇴근 후 시간을 자기 관리나 취미로 쓰려는 선택이 더 확산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WHO의 추정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2000년대 초반 약 10L 수준에서 2020년 7.79L로 감소했습니다. 이 변화는 업계 전략에도 바로 반영됩니다. 주류 업계는 “얼마나 많이 마시는가”보다 “어떤 분위기와 맛, 도수로 마실 것인가”에 초점을 옮기며, 저도·무알코올 제품군을 하나의 성장 축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소주의 경우, 도수 변화만 봐도 흐름이 드러납니다. 과거 25도 안팎이 일반적이던 소주는 2000년대 이후 지속적인 저도화를 거쳐, 현재 대형 소주 브랜드의 주력 제품 도수는 16도 수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부 브랜드는 16.9도에서 16.5도, 다시 16.0도까지 단계적으로 도수를 낮췄고, 15.5도대 초저도 제품도 등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설탕과 당류를 줄인 ‘제로 슈가’ 소주와 과일향을 더한 12~14도대 과일 소주 등도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진로 제로 슈거, 처음처럼·참이슬의 저도·제로 슈가 라인, 다양한 플레이버 소주(Flavored Soju)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맥주·RTD(캔이나 병에 담긴 주류) 시장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유로모니터에 의하면, 국내 무알코올·비알코올 맥주 시장은 2021년 약 415억 원에서 2023년 644억 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2027년에는 956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합니다. 카스 0.0, 클라우드 논알코올릭, 제주맥주 논알콜 시리즈 등은 “맥주 맛과 분위기는 유지하되, 알코올은 줄이거나 없앤 제품”으로 포지셔닝하고 있습니다.


한편, 편의점과 수입주류 시장에서는 저도 하이볼·RTD 칵테일(캔 or 병 칵테일)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4~9도대 캔 하이볼이 맥주·소주와 함께 편의점 주류 매출 상위권 카테고리로 올라섰고, GD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약 4.5도)은 출시 초기 단기간에 100만 캔에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전통주와 소주 영역에서는 5~7도대 막걸리, 오크 숙성 저도 소주 등도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막걸리는 집에서 식사와 함께 가볍게 즐기는 주류로, 오크 숙성 소주는 위스키나 와인처럼 향과 풍미에 초점을 맞춘 제품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취하지 않아도 이어지는 만남 🍹 : 소버 바에서 모닝 레이브까지
“술이 없으면 모임이 어색하다”는 인식도 점차 변하고 있습니다. 소버 큐리어스 흐름과 맞물려, 술을 전제로 하지 않는 사교 공간과 활동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공간 측면에서 논알콜·저알콜 음료를 중심에 둔 장소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다양한 논알콜 음료를 모아 판매하는 보틀 숍, 논알콜 칵테일을 제공하는 바, 술 대신 티 페어링을 제안하는 다이닝 공간 등이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술을 판매하지 않는 ‘소버 바(Sober Bar)’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정착했고, 관련 설문에서 젊은 층 상당수가 소버 바 방문 의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미식 영역에서도 논알콜 페어링이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부 파인 다이닝과 미쉐린 레스토랑은 와인 페어링과 별도로, 발효차·콤부차·논알콜 와인 등으로 구성된 논알콜 페어링 코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술을 빼기 위한 대체재라기보다, 음식의 향미를 다른 방식으로 조합해 보는 하나의 옵션으로 인식됩니다.
소셜 모임에서부터 페스티벌까지, 술을 전제로 하지 않는 사교 포맷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춤추는 모닝 클럽처럼, DJ와 커피가 어우러진 모닝 레이브가 서울 곳곳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며 “밤이 아닌 아침”에 활기 있게 교류하는 장면이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부산 전포공구길에서는 논알콜 페스티벌처럼 술이 없는 축제가 3일간 이어지며 논알콜 라운지·레이브 파티·마켓 등으로 사교 콘텐츠를 확장해 보여주었습니다.


‘술 없이도 연결되는 사교’의 대표 사례로 서울모닝커피클럽(Seoul Morning Coffee Club, SMCC)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SMCC는 출근 전 이른 아침 시간대에 카페에 모여 커피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하는 웰니스 기반 커뮤니티로, 별도의 회원제가 아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운영됩니다. 커피챗으로 시작된 모임은 러닝, 요가, 책 읽기, 만화 시청 등과 같은 가벼운 활동과 결합되어 참여 경험을 확장하는 흐름도 보입니다. 무엇보다 아침 시간·카페 공간·커피라는 매개만으로도 낯선 사람끼리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SMCC는 ‘술 없는 사교’가 현실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소셜 활동에서 알코올의 비중이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음주를 선호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환경이 바뀌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설계해야 할 새로운 경험
소버 큐리어스가 흥미로운 건, 술을 끊는 사람이 늘어서가 아니라 우리 저녁의 기준이 조금씩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술이 분위기를 만들고 관계의 속도를 높여주는 장치였다면, 지금은 컨디션과 수면, 내일의 일상까지 함께 떠올리게 하는 선택지가 됐죠. 특히 Z세대에게 ‘취함’은 더 이상 멋의 상징이 아니라, 기록되고 남을 수 있는 리스크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실까 말까”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나를 지키는 방식으로 읽히기 시작했어요.
이 변화는 브랜드가 제안해야 할 장면도 바꿉니다. 제로·논알코올이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을 위한 대안’으로 남으면 금방 스쳐가지만, 술이 중심이 아니어도 분위기가 충분히 무르익는 경험을 만들어 준다면 선택의 중심이 됩니다. 결국 사람들은 술을 찾는 게 아니라, 함께 웃고 머물 수 있는 이유를 찾는지도 모르니까요. 취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밤, 내일이 무너지지 않는 즐거움이 자연스럽게 설계될 때, 소버 큐리어스는 하나의 옵션을 넘어 새로운 저녁의 방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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